- 춤이 있는 가을풍경을 보고나서
- 등록일2002-10-29 작성자 이 * *
예상치 못하게 얻게 된 공연표 한 장! 이 공연은 이렇게 보게 되었다. 너무나 오랜만에 소극장을 찾은 것이기 때문에 많은 기대와 설레임으로 공연장을 찾았다. 공연 30분전 객석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예술의전당’이라고 할 만큼의 깨끗하고 훌륭한 시설을 가지고 있었다, 오히려 소극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멋이는 음향시설과 조명시설이었다.
내려와져 있는 막에는 궁궐모습의 옛그림이 있었다. 객석시설들은 현대적이지만, 그 그림하나에 조금은 옛스런 멋이 자아내지고, 공연장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조명이 꺼지고 그 막은 서서히 올라갔다. 막 뒤편에는 ‘여명의 빛’이라는 주제를 가진 춤공연이 있었다, 우리 전통춤에는 문외한인 나는 공연시작전 ‘아침의 햇살’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무용수들의 각각의 모습보다 모두를 바라보면 무엇인가 태동하게 될 것만 같은 가슴 벅찬 공연이었다.
무용수들의 인사를 뒤로 한 채 ‘춘몽’의 공연이 이어졌다. 춘향전의 한 부분을 그린 것이었다., 우선은 알고 있는 내용이라 반가웠다., 이도령의 구애의 모습, 춘향의 내심 반기면서도 아닌척 달아나는 모습, 우리가 연인들의 모습에서 흔히 보는 모습이지만, 언제봐도 유쾌하고 웃음을 자아내는 풍경이다. 이제는 이도령과 춘향이 연인이 되었다, 춘향의 춤이 이어졌다, 춘향의 춤을 보고 있다가 문득 놀라게 되었다.춘향 역의 무희는 양손 세손가락씩 봉숭아 물이 들어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봉숭아 물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 지는 몰랐다. 이렇게 먼거리에서 그것을 본적이 처음이라 그런 것 같다. 가까이에서 보다 멀리서 느껴지는 은은한 색채가 아름다웠다. ‘춘몽’은 이도령이 떠나는 장면에서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다시 무대가 밝아졌을때는 부채들이 활짝 펴져 있었다, 우리 전통춤 중에 부채춤이 있다는 건 알지만, 제대로 정확히 보는 건 처음이라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공연전 본 팜플릿을 떠올리며 산과 꽃, 파도,나비 등을 표현이 어느 것인가를 살펴보았지만, 얼마가지 않아 포기했다, 도통 뭐가 뭔지 알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그 부드러운 부채의 매료되고 있었다, 부드러우면서도 가끔씩 강하게 펴지고 접혀지는 부채소리에 다시 현실로 돌아오곤 했다.부채춤은 하늘거리는 꽃잎과 같이 어느 순간 끝을 맺고 있었다,
이제는 맘껏 웃을 시간의 조명이 무대를 비추었다., 작고도 큰 무대에 뒤뚱뒤뚱 등장하는 미얄할미! 그 등장부터 한사람에겐 크기만 할 것 같던 무대는 꽉 차고 있었다., 전혀 거리낌 없는 춤사위다., 형식이나 규칙은 하나도 없어 보이지만 쉽지 않은 춤이라는 걸 어디선가 들은 적 있는 듯 하다. 이제까지 공연은 ‘무엇이 나올까?’라는 약간은 긴장을 하며 공연을 보고 있었지만 이 공연은 의자 깊숙이 기대어 편안히 바라보았다. 미얄할미의 춤은 그렇게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그러한 무대에 연인으로 보이는 남성탈을 쓴 인물과 여성탈을 쓴 인물이 등장한다. 어쭙지 않은 상식이 떠올랐다. 남성탈은 중년의 양반을 비틀어 형상화하거나 파계승이라는 것을,여성탈은 젊은 여성을 형상화 하고 있는 것이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해학이 이어졌다. 역시 미얄할미와 그들의 다툼은 이루어졌고, 미얄할미는 다툼중에 기절을 하게 된다. 어찌 할줄 몰라하는 연인들의 모습은 작은 미소를 내게 주었다.
미얄할미극에 이어지는 사물놀이의 막이 오르는 순간, 짜임새 있는 공연이 너무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사물놀이의 순서는 이제는 온 몸을 즐겁게 하는 시간이 된 것이다. 편안히 웃고 난 후에 이제는 단순히 귀만 즐거운 것이 아닌 사물놀이가 이어지는 것이다. 사물놀이에 대해서도 아는 바는 없었지만 귀에 익숙한 설장고도 들렸다.사물놀이를 볼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사물에 빠져들어 혼신을 다하는 연주자의 모습을 보며, 전율을 느끼고, 그때 악기에서 나오는 소리는 우리 민족의 숨겨진 힘이라는 느낌까지 들기도 한다, 자연스런 객석의 환호와 함께 막이 내렸다.
어쩌면 전체 공연 중 가장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공연의 막이 올랐다. 사물놀이 공연이 끝나고 내심 긴장하고 있었다, 어두운 조명아래 한줄기 빛이 한 명의 무용수를 비추기 시작했다. 공연단장의 모습이었다, 느리면서도 지루하지 않고,슬프지 않은 춤사위로 시작을 하고 있었다. 얼마 후 무대 전체가 밝아지며 다른 무희들과 함께 진주교방굿거리는 이어졌다. 춤사위가 어느 것을 의미하거나 느끼게 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춤사위 하나하나에 걸림이 없었다. 물이 흐르는 듯한 동작들이 아주 자연스러웠다. 마치 무용수들이 ‘춤을 추고 있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공기 흐름에 맡겨진 것만 같았다. 그렇게 보고 있을 때 가끔씩 무용수 각각의 떨림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이들이 우리앞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관객과 함께 하는 공연을 하는 소극장의 매력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공연의 조명은 카메라 플레쉬가 터지듯이 확 비추었다, 풍무악놀이가 시작된 것이다. 잠시전에 사물놀이와는 달리 무대의 공간을 한껏 활용하여 무대를 꽉 채우고, 현란한 상모놀이로 관객들을 환호 시켰다, 이 환호는 다시금 공연과 함께 어울어지고, 말 그대로 신명나는 공연이었다. 이 공연은 후반부에는 객석에 있는 관객을 무대위로 초대해 함께 즐기는 공연으로써 마무리가 되었다.
공연이 끝나고 자리를 일어나며 마음에 따뜻함을 오랜만에 느꼈다. 우리가락에 대해 다시금 느끼게 하고, 좋은 극장 시설에서 공연단원들의 열정과 호흡을 느낄 수 있었던 공연은 내가 살아 있는 생명체라는 것을 알수 있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