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 예술제' 의미있는 기대
꽃이 피고 슬그머니 땀도 흐르는 여름 같은 봄이다. 겨우내 잠잠했던 지역축제들도 시기를 놓칠세라 잇따라 열리고 있다.
각 지자체들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시민 문화향유기회 제공 등 거창한 목표를 설정하고 혈세를 투입해 앞 다퉈 벌인 행사들이지만, 지향점과 달리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인기있는 대중가수 한두 명이 화려한 무대를 꾸미고, 보고 즐기는 것보다 우선순위가 된 듯한 먹을거리, 틈새시장을 놓칠 리 없는 떠돌이 상인들까지 그 모습이 천편일률이다.
때문에 타이틀과 행사 진행 날짜만 달라졌을 뿐, 매년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채워지는 지역축제 기자 간담회는 새로운 콘텐츠를 찾는 기자에겐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의정부에서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열리는 '제5회 천상병예술제'는 다르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준다.
이 예술제는 경기문화재단과 (재)의정부예술의전당이 주최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법인 활동을 벌이는 (사)천상병시인기념사업회가 주관한다.
'천상병 시인 추모 10주기 음악회'로부터 출발한 이 행사는 천 시인의 부인인 목순옥 여사의 말을 빌리자면 '일곱 살 아이'같은 시인의 삶과 작품을 주제로 한 종합예술제다. 음악과 그림, 문학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행사가 펼쳐지고 백일장과 시 낭송회, 책 읽어주기 등 가족 단위 관객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조영남과 김도향, 신형원 등 대중가수 무대가 마련되는 등 다른 축제들과 별반 다를 것 없이 보이지만, 시인과 개인적 인연을 맺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자칫 '시골장터'로 흘러갈 수 있는 점을 철저히 배제한 것도 눈길을 끈다.
축제 현장에는 먹을거리가 마련되지 않고, 목 여사가 운영하는 찻집 '귀천'을 재현해 차 한 잔을 마시며 시인의 삶을 그리며 문학과 세상을 논할 수 있는 철학적 공간만이 존재한다. 사업회가 당초 지향점을 지켜 다른 지역축제들과의 차별점을 공고히 하고 종합예술제로서의 면모를 지켜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인천일보]20080 .4. 22일자 1판 7면 게재/ 류설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