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소리와 춤으로 만난 우리 설화, 조금은 부족해도 정겨운 ‘실험’
  • 등록일2007-11-28| 작성자 의정부예술의전당

[문화일보]2007-11-28 /김승현기자 hyeon@munhwa.com


소리와 춤으로 만난 우리 설화, 조금은 부족해도 정겨운 ‘실험’
극단 우투리 ‘선녀는 왜?’
한국 최고의 극작가 가운데 한 명을 꼽으면 단연 김광림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입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의 원작인 연극 ‘날 보러와요’를 쓰고 연출한 작가 겸 연출가로 일반에 잘 알려져 있지요. 그는 오이디푸스왕의 비극을 전범으로 해서 쓴 ‘날 보러와요’ 이후 서구적 방법론으로 더이상 연극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한국적 연극 문법과 형식을 찾겠다는 거지요. 그래서 나온 것이 ‘우리나라 우투리’ ‘이리와 무뚜’ ‘홍동지는 살아있다’ 등 입니다. 한국적 설화와 현실을 소재로 예술과 삶을 한국어 본래의 음악성에 담아 춤과 노래로 표현하는 종합놀이극입니다. 마당극도 아니고, 춤극도 아니고, 노래극도 아닌 좀 묘한 양식입니다. 한국적 서사극이라고 이름붙이면 어떨까 싶습니다. 22일부터 24일까지 의정부 예술의전당에서 먼저 선보이고, 29일부터 12월16일까지 서울 대학로 게릴라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극단 우투리의 ‘선녀는 왜?’(사진·02-3675-3677) 역시 같은 선상의 작품입니다. ‘나무꾼과 선녀’설화에 ‘심청’이를 슬쩍 끼워넣었고, 후반부에는 브레히트의 ‘사천의 착한 사람들’을 얹었습니다. 선녀는 여자신선(仙女)이기도 하지만 착한 여자(善女)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가만히 서서 대사를 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고 춤추며 기합을 넣어 운율에 실어 소리를 합니다. 한국적인 구수한 소리가 서양식 화성에 접근하는데 아직은 고칠 부분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새로움을 찾으려는 노력과 조금은 낯설지만 원래 우리 속에 있었던 정겨운 형식이 기꺼이 다가가게 만듭니다. 배경은 금강마을입니다. 처녀들이 모두 달아나 남자들만 있는 마을이죠. ‘무꾼’이는 선녀의 옷을 숨겨 부인을 삼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시장이 나무를 팔아 다리를 놓고 철로를 가설, 기차를 들여옵니다. 무꾼이는 여기에 저항하다가 잡혀들어갑니다. 선녀는 무꾼이 옥바라지를 위해 쌍둥이 언니 행세를 하며 몸을 팝니다. 몸파는 집에는 심청이도 있지요. 심청이가 아버지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인당수에 빠진 게 아니라 용궁이라는 술집으로 팔려갔다는 것은 최인훈 선생이 이미 오래전에 패러디했습니다. 무꾼이가 나온 뒤 쌍둥이 언니가 사라집니다. 마을 사람들이 선녀가 언니를 살해하고 돈을 가로챘다고 발고하며 진상이 드러납니다. 무꾼이는 선녀의 날개옷을 찢어 버리고, 선녀는 끝내 목을 매고 맙니다. 이 작품은 개발을 긍정하지도, 근본주의적인 이상을 추구하지도 않습니다. 선녀가 사랑도 미움도 없고, 욕망도 싸움도 없는 심심한 하늘나라보다 이런 것들로 인해 다툼많은 이 땅을 좋아하는 것에서 단적으로 드러납니다. 그러나 그런 인연의 덫이 결국 선녀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현실이 가슴 아픕니다. 연출 변정주, 안무 박준미, 작곡 김동근, 출연 박승우 장재화 오대석씨 등. hyeon@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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