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2007.07.20 15:31:21 입력 /전지현 기자 / 노현 기자
공연티켓, 과시용 수요로 비싼 표가 먼저 동나
`비싸면 좋은 공연` 편견 악용도
협찬수입 올리려 거품가격 책정
결국 애호가들만 덤터기 쓰는꼴
◆억 소리 나는 공연 관람료, 티켓의 경제학◆

9월에 예정된 빈 슈타츠오퍼(국립오페라단) 내한공연 VIP석 입장료는 45만원. 두 사람이 관람하려면 90만원을 내야 하니 입이 떡 벌어진다. 2005년 베를린 필하모닉의 티켓 최고가도 45만원이었다. 티켓 가격 고공행진이 이어지자 공연계는 또다시 거품 논란에 휩싸였다. 클래식 음악회 티켓은 왜 이렇게 비쌀까.
가격 결정 메커니즘을 들여다보니 세계적 연주단체들의 몸값 자체가 비쌌다.
공연기획사 크레디아에 따르면 빈 슈타츠오퍼의 2회 공연(9월 19, 20일) 제작비는 11억원. 항공료를 포함한 출연료 54만유로(6억8300만원)에 외국 공연단체에 부과되는 원천소득세(22%)와 부가세(10%)를 대리 납부해 주면 9억원으로 올라간다. 여기에 오케스트라 단원 110명의 4일간 호텔 숙박비와 이동경비 8000만원, 공연장 대관료 3000만원, 홍보비와 진행비 8000만원을 더하면 11억원이다.
기업 협찬금 없이 제작비를 충당하려면 티켓 판매만으로 13억원을 벌어야 한다. 단체판매나 회원 할인, 예매 수수료와 신용카드 수수료, 부가세 등을 감안하면 15~20% 금액이 공제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회 공연 좌석 수는 4800석. 평균 단가 27만원에 팔아 매진되면 수지를 맞출 수 있다. 하지만 전석이 매진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클래식 애호가층이 두껍지 않기 때문.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 협찬금을 유치하든가 티켓 가격을 더 올릴 수밖에 없다.
크레디아 관계자는 "유럽이나 미국은 정부와 기업 후원금으로 티켓 가격을 떨어뜨린다 "며 "국내에서 소비자가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 회사는 고육지책으로 VIP석(45만원) 1000매, R석(35만원) 1300매, S석(25만원) 900매, A석(15만원) 200매, B석(8만원) 760매, C석(5만원) 560매로 책정했다. 25만원 이상 고가 좌석이 50%를 넘는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비싼 VIP석이 가장 먼저 팔린다. 베를린 필이나 빈 필 내한공연에서도 비싼 좌석이 먼저 매진됐다. 이는 경제의 기본 원리인 수요공급의 법칙과는 정반대.
이 같은 현상은`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로도 설명할 수 있다. 상류층 소비자들의 소비행태로 가격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다. 미국 경제학자 베블런이 "상류층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고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사치를 일삼는다"고 꼬집은 데서 유래했다. 값이 떨어지면 누구나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이유로 상류층 수요가 오히려 줄어드는 게 특징.
공연계 관계자는 "입장료를 저렴하게 책정하면 B급 공연으로 취급하는 게 대중의 심리"라며 "최고가를 5만원으로 매기면 공연의 질과는 무관하게 `5만원짜리 공연`으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고가의 공연이 상류문화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고, 그런 공연을 관람하는 행위가 일종의 명품 소비로 인식되는 바람에 `티켓은 비싸야 더 잘 팔린다`는 기현상이 생긴 것으로 분석된다.
베를린 필이나 빈 슈타츠오퍼는 티켓이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가 분명 있다. 하지만 `비싼 공연=좋은 공연`이라는 오해와 편견이 생기면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공연 수준은 형편 없는데 티켓 가격만 무작정 올리는 단체들이 생겨난 것.
최근 국내 성악가들만 출연한 오페라의 경우 VIP석 20만원, R석 15만원, S석 10만원에 팔렸다. 개런티가 비싼 스타를 동원한 것도 아니고 무대도 그저그런 공연인데 가격은 뉴욕 메트로폴리탄극장 수준이었다. 공연이 끝난 후 인터넷 게시판에는 공연 내용을 문제 삼는 항의성 글들이 올라왔다.
공연 관계자는 "가격 대비 만족도가 떨어지는 오페라에 실망한 관객들은 더 이상 공연장을 찾지 않게 된다"며 "그렇다고 입장료를 낮게 책정하면 관객들에게서 외면받을 수 있어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지적했다.
`규모의 경제`를 활용하기 어려운 작은 시장 기반은 티켓값 상승의 주요 원인이다. 고객층이 두껍지 않은 클래식 공연은 더 심하다. 돈을 내고 음악회에 가는 소비자가 연간 4만명도 채 안 되는 상황에서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공연기획사들은 유료 관객 점유율 목표를 40~50%로 낮게 잡고 수지를 맞춘다. 반면 일본은 70% 선에서 가격을 책정한다. 국내에서 45만원에 팔렸던 베를린 필하모닉의 일본 공연 최고가는 3만6000엔(31만원)이었다. 결국 국내에선 클래식 애호가들이 비싼 공연의 `들러리`가 될 수밖에 없다.
정상가보다 2~3배 높은 가격에 티켓을 대량 구매해 주는 기업 협찬도 가격 거품을 부추긴다. `얌체` 기획사들은 더 많은 협찬금을 받아내려고 일부러 티켓 가격을 높게 책정하기 일쑤다.
[전지현 기자 /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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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0 15:31:21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