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일보]게재일 : 2007.06.18 /방혜석기자/bhs@joongboo.com
리뷰 - 신의 아그네스
2007년에 만나는 연극 ‘신의 아그네스’는 연극배우 박정자와 손숙이 1992년 각각 미리암 원장수녀와 리빙스턴 박사로 호흡을 맞춘이래로 15년 만에 같은 배역으로 무대에 올라 화제를 뿌리고 있는 작품이다. 또한 윤석화, 신애라, 김혜수 등에 이어 아그네스 역에는 경쟁률 200대 1의 오디션을 통과한 탤런트 전예서가 맡아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의 희곡작가 존 필미어가 쓴 작품이자 1983년 국내 초연 이후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이 공연은 ‘갓 낳은 아기를 목졸라 죽인 수녀’라는 충격적 내용을 담고 있다.
공연은 소품이나 가구 그 밖의 무대장치 없이, 박정자와 손숙의 연륜이 느껴지는 연기로 안정감있고 긴장감있게 스토리를 이끌어 갔다.
특히 박정자는 올 초 공연 하루 전날 빙판길에서 부상을 당해 진통제를 맞아가며 무대에 올랐지만 진통제에 의한 부작용으로 인해 대사를 부분적으로 까먹는 등 실수를 하자 일부 관객들이 환불을 요구해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했다는데, 이번 공연에서 완벽한 연기를 통해 완전하게 상처를 치유하는 듯 했다. 억척스러우면서도 푸근한 정이 느껴지는 미리엄 원장수녀역으로 아그네스의 순수함을, 리빙스턴 박사의 지성을 빛나게 한 것이다.
또한 특유의 맑은 목소리와 풍부한 발성을 지닌 전예서는 아기같은 순수함과 학대로 인한 아픔을 지니고 있는 아그네스를 여러 빛깔의 목소리로 표현해내 주목을 받았다.
15살에 신의 소명을 받고 수녀가 됐지만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수녀원에서 죽어간 여동생 마리에 관한 아픔과 슬픔을 지닌 정신과의사 리빙스턴과 어머니로부터 성적 학대와 버림을 받은 21살의 수녀 아그네스, 그리고 22년 결혼생활에 딸을 둔 엄마이지만 자식을 세상에 방치한 채 수녀로 살아가는 미리암 원장.
세 여인의 슬픔과 아픔은 어머니이자 딸, 아내로 살아가는 이 땅의 수많은 여성들의 그것과 닮아있었는데 10, 20년이 지나도 매번 공연할때마다 화제를 낳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듯 하다.
이날 공연에서도 관객의 대부분을 차지한 30~50대의 여성들은 세 주인공의 고민과 갈등을 각인하고 한 편으론 위로 받으며 자신의 존재를 되새겨보지 않았을까 싶다. 공연은 21~23일 고양어울림누리, 29·30일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계속된다.
방혜석기자/bhs@joongboo.com
게재일 : 2007.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