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객석]-Review-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헤멜로스
  • 등록일2007-06-07| 작성자 의정부예술의전당

[월간객석] 출처:월간객석 6월호 /글 양영찬(극작가) 사진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리뷰 -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헤멜로스

브라보 헤멜로스 , 브라보 의정부

이번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에서 가장 눈길을 끈 작품은 ‘헤멜로스’였다. 인간 본연의 잔인함과 폭력성이 아이들을 통해서 유전된다는 메시지를 ‘슬픔과 유머’‘존재와 죽음’등의 경계를 넘나들며 표현해내고 있는 이 작품은 아비뇽 페스티벌과 베를린 국제 연극제에 초청되었다는 안내 문구가 없더라도 이번 페스티벌의 백미였다 그날 의정부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 동안 외곽순환도로를 따라 몇 차례 지나치며 ‘왜 저런 문화회관들은 모두 다 위압적인 화강암으로 지을까?’라고 잠깐 생각했을 뿐 실제로 방문한 것은 처음이었다. 페루 민속악단의 연주와 퍼레이드를 뒤로 하고 극장 로비에 들어서서 돗자리를 펴고 앉아 그림을 그리는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을 마주치는 순간 머릿속에서 ‘와장창’ 소리가 났다.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조직위원회’는 누가 이 ‘전당의 주인’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하루살이가 팍팍한 보통 사람들을 소외시키는 대리석 무덤이 아니라 보통 얼굴을 한 사람들을 담아내겠다는 마음이 느껴져 좋았다. 아이들을 밀쳐내거나 한구석으로 몰지 않는 스태프들 역시 고마웠다. 자막과 무대가 잘 보이지 않는 자리에 티켓을 배정한 것조차 흐뭇했다. 더욱 고마운 것은 그렇다고 해서 페스티벌 주요 작품들의 수준을 ‘지레짐작한 대중의 눈’으로 낮춰버리지 않고, 독창적이면서도 쉽사리 보기 힘든 레퍼토리들을 선별했다는 점이다. 전위적인 비주얼 음악극 ‘하시리카키’나 아르헨티나판‘스톰프’인 ‘메이킹 사운드’ 그리고 연극과 연주회의 경계를 오가는 ‘무슈 쇼팽’ ‘조지 거슈윈 얼론’ 등 개성 강하고 독창적인 작품들이 소개되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끈 작품은 칠레 콤파냐 테아트로 시네마의 ‘헤멜로스(쌍동이)’로, 일단 형식적인 면에서 인형 분장을 한 인간과 실제 인형의 유기적인 조화가 돋보였다. 뮤지컬의 붐 이후 압도적인 비주얼을 동원하는 거대 제작주의에 일침이라도 가하듯 작고 오밀조밀한 공간만으로 (마치 이동무대처럼 보인다) ‘무대 위의 현실’과 ‘현실의 무대’의 차이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었다. ‘헤멜로스’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독일과 러시아로 점령군이 바뀌는 상황 속에서 쌍둥이 형제 루카스와 클라우스(이름의 알파벳 순서만 바뀌었다)가 경험하는 인간 군상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점령군이 바뀔 때마다 상대를 바꾸어가며 몸을 파는 어머니, 괴팍한 할머니, 지능이 모자란 동네 여자아이, 그리고 그 여자아이를 탐하는 신부 등 인간 군상의 추악한 모습들과 직면한 두 형제가 살아가는 모습을 유머러스하게(그래서 더 처절하게) 풀어낸다. 괴팍한 할머니에게 보내진 그들 앞에 아버지를 죽인 점령군의 정부가 되어 나타난 어머니가 폭격으로 눈앞에서 죽어도, 정신이 반쯤 나간 여자아이를 성추행한 신부를 협박해 돈을 받아내도 이 두 형제에게는 아무런 죄책감이 없다. 가해자는 나쁘고 피해자는 선량하다는 일반적인 상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매를 맞아본 놈이 더 잔인하듯 가난한 자의 적은 가난한 사람인 경우가 많고, 이런 이분법들은 결국 하나로 묶여 나가게 된다. 인간 본연의 잔인함과 폭력성이 이 아이들을 통해서 유전된다는 메시지를 ‘슬픔과 유머’‘존재와 죽음’ 등의 경계를 넘나들며 표현하고 있는 이 작품은 아비뇽 페스티벌과 베를린 국제 연극제에 초청되었다는 안내 문구가 없더라도 이번 페스티벌의 백미다. 진저리 치도록 잔인한 인간의 삶, 그 가슴 아픈 진실을 아름다운 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저력 때문에라도 내년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수많은 지역 페스티벌들은 의정부 페스티벌을 벤치마킹 해 볼일이다. 브라보 헤멜로스, 브라보 의정부! 월간객석 6월호/글 양영찬(극작가) 사진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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