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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단상]북한 피바다가극단의 홍루몽 공연
북한 피바다가극단의 홍루몽 중국 순회공연이 약 한달 일정으로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3일부터 6일까지 나흘간의 김정일 중국 방문에 즈음하여 베이징 티브이방송대극원에서 5월 6일 막을 올린 공연에는 중국 공산당 고위 귀빈들이 관람했다. 당초에는 김정일이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 함께 관람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런 일은 없었고 김정일은 서둘러 귀국길에 올랐다. 북한과 중국 간 양국 정상의 공연 동반 관람은 혈맹의 우호관계를 상징하는 의미를 갖는다. 1961년 김일성이 중국 방문 때 덩샤오핑 중국 주석과 함께 홍루몽을 관람하여 북·중 우호의 상징으로 삼았고, 김일성이 귀국 후 북한식 가극 홍루몽 제작을 지시해서 가극 홍루몽이 탄생한 역사가 있다. 2008년 북·중 친선의 해를 맞아 김정일이 홍루몽 제작을 다시 지시했고, 이를 2009년 10월 북한을 방문한 원자바오 중국총리가 관람 했었다.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대를 이어 홍루몽에 열을 올린 셈이다.
홍루몽, 삼국지연의, 수호전, 서유기는 중국 4대 고전 소설로 알려져 있다. 특히 홍루몽은 남녀 간의 사랑과 염정을 다룬 구어체 장편 소설이라는 점에서 다른 소설들과 다르다. 남자 주인공 가보옥과 두 여주인공 임대옥과 설보채 간의 3각관계로 얽힌 비극과 봉건 가문의 흥망을 다루고 있다. 18세기 남경 중심의 중국 자본주의 물결 속에 봉건 구질서가 무너지는 시대상을 배경으로 홍루에 기거한 12명 미녀들의 애정고사가 펼쳐지는 시대소설이기도 하다. 마오쩌둥이 홍루몽을 애독했고, “홍루몽을 읽지 않으면 중국의 봉건사회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마오쩌둥이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오쩌둥이 애독했고, 김일성이 덩샤오핑과 함께 관람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홍루몽에 공을 들일 이유가 충분할 듯하다. 공산주의 시각으로 각색된 홍루몽은 북·중 간 동맹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고, 주체문화를 신조로 하는 북한이 중국의 애정소설을 가극으로 만들 만큼 북한의 대중국 흠모와 대중국 의존외교의 초조함을 읽을 수도 있다.
본래 북한의 주체문화는 사회주의적 민족문화를 의미한다. 항일혁명에서 주체사상 교양에 이르는 김일성·김정일 우상화가 그 주된 내용이다. 북한 헌법은 문화를 제3장으로 독립시켜 제35조에서 제48조까지 총 14조에 걸쳐 북한문화의 지향점을 사회주의적 민족문화로 명시하고 있다. 민족적 형식에 사회주의적 내용을 담은 문학예술 작품을 표준으로 삼아야 함을 헌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정일은 1973년 영화예술론을 출판하면서 “당의 이념에 부합되는 종자의 선택”이 문학예술 창조의 기본이라는 소위 “종자론”을 천명했고 종자론은 아직까지 북한 문학예술 창작의 지침이다. 그래서 북한 문화예술은 당의 선전·선동 도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뿐이다. 최근에는 외화벌이 일꾼으로 내몰리는 신세까지 되고 있다. 집단적 광기에 불과한 5·18경기장의 “아리랑” 집체공연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에서 예술표현의 자유는 망상일 뿐이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인간존엄은 결박당해 있다.
주체문예론에 따라 1970년대에 창작된 5대 혁명가극은 대표적 사례이다. 5대 혁명가극 “피바다”, “당의 참된 딸”, “꽃 파는 처녀”, “밀림아 이야기하라”, “금강산의 노래”는 김일성 우상화와 김정일의 선군정치를 지탱하는 사상교양의 보루이기도 하다. 혁명가극 피바다를 무대에 올리며 창단된 것이 바로 “피바다가극단”이다. 그 피바다가극단이 외화벌이 겸, 중국에 잘 보이려고, 애정고사 홍루몽을 들고 중국을 순회 공연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인다. 이진배/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
[중부일보]2010년 05월 24일 (월)/중부단상- 이진배/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