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부일보]<중부단상>문화향기 가득한 무소유의 삶
  • 등록일2010-03-23| 작성자 관리자

<중부단상>문화향기 가득한 무소유의 삶

 무소유의 삶을 말씀하고 손수 실천한 법정 스님이 우리 곁을 떠났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소유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 할 때 우리는 보다 홀가분한 삶을 이룰 수가 있다”고 스님은 말했다. 지난 3월 11일 길상사에서 입적하고, 3월 13일 송광사에서 다비식이 봉행됐다. 스님이 이 세상을 떠나는 길은 스님이 생전에 남긴 유언대로 관도, 만장도, 추모사도 없이 바람과 같이 지나간 길이었다. 스님의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길을 따르는 사람들의 긴 행렬 속에서 간간이 흘러나오는 흐느낌이 절절한 염불 소리에 섞여 사람과 사람, 나무와 나무 사이를 헤집고 하늘로 흩어졌다. 삼라만상이 무소유 문화의 향기로 가득 채워져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줬다.

 스님 생전 유언대로 다비식이 끝난 후 사리를 찾는 일도 물론 없었다. “내 육신의 재 안에서 사리를 찾기 위해 뒤적이지 말라. 타고 남은 재는 봄마다 나를 위해 꽃 봉양을 해준 강원도 오두막의 꽃밭에 뿌려 주라. 그것이 그 꽃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스님이 남긴 육신의 재마저도 스님에게는 부담이 됐던 모양이다. 그래서 생전 신세진 꽃들에게 다 나눠주라고 당부했다. 이제 불필요해진 모든 것을 내려놓으신 스님은 참으로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를 몸소 실천하고 떠났다. “모든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소유하지 않아야 합니다. 선한 일을 했다고 해서 그 일에 묶여 있지도 말아야 합니다. 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치고 지나가듯 그렇게 지나가시오.” 스님이 2008년 5월 하안거에 들며 내린 법문과 같이 스님은 그렇게 우리 곁을 지나쳐 갔다.

 스님은 여러 권의 책을 남겼다. 맨 나중에 출판된 책이 ‘아름다운 마무리’다. 문학 평론가들은 스님의 글을 높은 경지의 수필 문학으로 칭송한다. 스님은 문학과 일상의 정진 수련 가운데 종교를 초월하여 인간의 삶을 통찰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마무리이자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 행복할 때는 행복에 매달리지 말라. 불행할 때는 피하려 하지 말고 받아들여라. 그러면서 자기의 삶을 순간순간 바라보라. 맑은 정신으로 지켜보라.” 스님은 “내 삶을 이루는 소박한 행복 세 가지는 스승이자 벗인 책 몇 권, 나의 일손을 기다리는 채소밭, 그리고 오두막 옆 개울물 길어다 마시는 차 한 잔이다”(2008, 손과 찻잔과 안경). 스님은 항상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갔다.

 스님이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난 그 즈음 신문 방송을 가득 채운 것은 빗나간 인생의 암흑 속에 헤매는 성폭력 범죄 관련 보도들이었다. 대검찰청 범죄 통계에 의하면 매일 3-4건의 아동 성폭력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종류의 범죄 신고가 전체 발생 건수의 5-6%에 불과하다는 전문가의 보고를 감안하면, 매일 60건 내지 80건의 아동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아동 성폭력 범죄는 어둡고 썩은 냄새 진동하는 우리사회 다양한 범죄 중 하나의 예일 뿐이다. 우리 사회가 갈등과 폭력, 끝없는 욕망과 거짓의 노예로 전락하여 타락의 벼랑에 서 있다는 생각에 전율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건강함을 우리가 누리고자 한다면, 만연하고 있는 정신적 황폐화와 물질 만능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끝없는 이기심과 욕망의 무한질주가 뿜어내는 독소를 정화해야 한다. 법정 스님이 남긴 말씀과 정신을 광채 나는 보석으로 만들어 온 세상을 두루 비추도록 하자. 법정 스님의 무소유의 가르침을 본받고 실천함으로써 이 사회 구석구석을 맑고 건강한 무소유 문화의 향기로 충만케 하자.

[중부일보]이진배 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 / 201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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