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부일보]공연리뷰- 우리사회는 건강한가
  • 등록일2010-02-09| 작성자 관리자

공연리뷰- 우리사회는 건강한가

지금 우리 사회는 건강한가. 극단 골목길의 연극 ‘너무 놀라지 마라’는 나와, 너, 우리 모두가 동시대를 살고 있는 현 사회의 건강성 여부를 진지하게 묻고 있다.
어떻게 묻고 있는가. 무대서 보여주는 질문 방식이 독특하다.
아버지가 화장실에서 목을 매 자살한다. 집 나간 아내가 앙숙인 친구 장례식에서 소복을 입고 우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결혼한 첫째 아들은 영화감독이다. SF를 찍고 있으나 경제에 전혀 보탬이 되지 않는다. 생활비는 모두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는 아내가 해결한다. 형 집에 얹혀 사는 둘째 아들은 거동이 불편한 이른바 ‘병신’이다. 육체적 불구 뿐만 아니라 바깥 세상에 나가기를 두려워 하는 정신적 불구까지 안고 있다.
문제는 이들 가족이 아버지의 죽음을 대하는 방식과 시선이다. 시신은 자살한 모습 그대로 방치되고 어느 누구도 장례를 치르지 않는다.
첫째 아들은 장례를 영화 촬영 뒤로 미룬다. 한 발 더 나가 아예 아버지가 유언으로 남긴 화장비용까지 훔친다.
아내는 어떤가. 노래방에서 만난 소방관을 시아버지 시신이 있는 집으로 데려와 외도를 하고, 둘째 아들 역시 고장난 화장실 환풍기에 관심을 가질 뿐 별 생각이 없다.
가족이 이래도 되는 것인가. 연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엽기적인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스럽게 보여준다.
아내(장영남 분)가 남편에게 “영화는 (허무맹랑한 공상이 아닌) 죽은 아버지 눈에서 흐르는 짓물과 집을 나간 어머니가 어디선가 헤매는 부르튼 발을 찍어야 한다”고 절규하며 흉기를 찔러 자살하는 마지막 장면은 인상적이다.
프랑스 문학비평가 루시엥 골드만이 소설을 일러 “타락한 사회에서 타락한 방식으로 진실을 추구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연극 ‘너무 놀라지 마라’는 골드만의 말에서 ‘소설’을 ‘연극’으로 바꿔 읽어도 무방한 것으로 보인다.
‘너무 놀라지 마라’가 타락한(엽기적인) 방식을 통해 보여주려고한 진실은 무엇인가. 사회의 축소판인 한 가정을 통해 우리 사회가 단단히 병들었음을 보여주려고 한 것은 아니었을까.
둘째 아들이 보이는 심한 ‘변비’, ‘육체적 불구’ 등의 병리적 증상은 바로 우리 사회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징표로 보기에 충분하다.
연극 중간중간에 흘러나오는 가요 이필원의 ‘추억’ 노래. 형이 까까머리 학생이었을 때 양산을 쓴 어머니와 함께 창경원에 놀러갔던 일을 떠올리는 둘째 아들의 회상.
이 둘은 훼손되지 않은 건강한 가정(사회)은 과거에만 존재하는 것인지, 우리가 만들어갈 수는 없는 것인지를 고민하게 하고 있어 주목된다.
‘너무 놀라지 마라’는 지난 5일과 6일 의정부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공연됐다.

[중부일보]박명호기자 / 2010.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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