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요 마가 7살 때 프랑스 파리에서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 뒤 줄리어드 음악학교에 다니며 전형적인 미국식 음악교육을 받았다면, 미샤 마이스키는 라트비아 리가에서 태어나 구소련 모스크바로 이주한 뒤 14살 때부터 레닌그라드 음악원과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지극히 러시아적인 음악교육을 받았다. 그는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첼리스트로 평가받는 그레고르 피아티고르스키와 로스트로포비치 두 사람에게 모두 배운 유일한 인물로, 러시아 첼리스트의 계보를 잇고 있다. 또한 연주복으로 한복을 입고 자신의 음반에 한국 가곡을 수록할 만큼의 ‘친한파’이자 첼리스트 장한나(27)의 스승으로도 알려져 있다. 올해 그는 11월의 절반을 한국에서 보낼 계획이다. 피아니스트인 딸 릴리 마이스키(22)와 함께 전국 6개 도시에서 독주회를 열고, 하이든 서거 200주기를 맞아 내한하는 하이든 필하모니와 첼로 협주곡을 협연한다. 지난 22일 마이스키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1년 내내 세계 각지로 연주 여행을 다니는 그는 마침 벨기에 브뤼셀 인근의 작은 마을 워털루에 위치한 자택에 머물고 있었다. 그는 “1815년 나폴레옹 군대가 대패(大敗)했던 그 워털루가 맞다”며, 경쾌한 말투로 근황을 전했다. 그의 목소리 너머로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막내의 울음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거장 첼리스트도 무대 밖에서는 아기를 돌보는 평범한 아빠였다.
미샤 마이스키는 이번 내한 독주회에서 피아니스트인 큰 딸 릴리(22)와 함께 드뷔시와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소나타를 연주한다. 한국 청중 앞에서 딸과 호흡을 맞추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년 전 릴리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공식 무대에서 함께 연주했어요. 여행 삼아 유럽 이곳저곳을 다녔죠. 가족끼리 연주할 때의 느낌은 정말 최고예요. 직관적으로 모든 게 쉽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죠.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그냥 느낄 수 있어요.” 오르가니스트이자 하프시코드 연주자인 형과 피아니스트 누나 밑에서 자란 그는 어려서부터 가족 합주를 즐겼다. 자녀들에게도 어려서부터 음악을 배우게 했다. 릴리 외에도 맏아들 사샤(19)가 미국 인디애나 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있으며, 둘째 아들 막심(5)은 1년 전부터 어린이 음악학교에 다니며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 하지만 자식 중 누구에게도 첼로를 가르친 적은 없다고 했다. “결코,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첼로가 아닌 다른 악기를 배워야 저랑 함께 연주할 수 있으니까요. 릴리는 피아노를, 사샤는 바이올린을 배웠기 때문에 저랑 피아노 3중주곡이나 3중 협주곡을 함께 연주하곤 한답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불행히도’ 이번 내한 독주회에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동반하지 못한다. 그는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며 “아내가 한국을 몹시 좋아한다”고 말했다. 6개 도시 순회 독주회가 끝난 뒤, 마이스키는 두 차례에 걸쳐 하이든 필하모니(지휘 아담 피셔)와도 협연한다. 그는 “지난여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아담 피셔와 음악적으로 잘 맞아 다시 협연하게 됐다”며 “하이든 첼로 협주곡은 내가 너무나 아끼고 사랑하는 곡이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청중에게도 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한나와의 각별한 인연
"딸과의 연주는 최고의 호흡"
내달 내한공연 앞둔 '거장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피아니스트 딸 릴리와 서울 등 6개도시 순회 독주회
하이든 필하모니와도 협연
음반에 한국가곡 실은 '친한파'
장한나의 스승으로 유명 "그녀는 재능 남다른 음악가. 이번 내한때 재회 기대"

오늘날 클래식 음악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첼리스트를 손꼽으라고 하면 사람들은 주저없이 이 두 사람을 꼽을 것이다. 요요 마(54)와 미샤 마이스키(61).

딸 릴리 마이스키와 미샤 마이스키
▶딸과의 첫 내한 연주
장한나가 미샤 마이스키의 유일한 제자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두 사람의 인연은 장한나가 10살이었던 때로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샤 마이스키 내한 연주회의 관객이었던 장한나와 그의 어머니는 ‘저분이야말로 훌륭한 스승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실을 가지고 마이스키에게 연주 녹화 테이프를 보냈다.

그리고 두 달 뒤, 장한나에게 마이스키가 주관하는 3주간의 마스터클래스에 초청한다는 내용의 편지가 배달됐다. 대학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마스터클래스에 초등학생 꼬마가 참가하게 된 것이었다. 장한나는 이 마스터클래스에서 연주 기법보다 음악가가 지녀야 할 자세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첼리스트로서의 미래에 확신을 얻었다. 본래 마이스키는 여름에 개최하는 마스터클래스를 제외하고는 학생을 가르치지 않았지만, 장한나에게 만큼은 예외적이었다. 장한나가 12살 때 로스트로포비치 국제 첼로 콩쿠르에 출전하자, 장한나와 그의 어머니를 1주일간 자신의 아파트에 머물게 하면서까지 집중 지도해줬다.
마이스키는 지금도 장한나와 처음 만났을 때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게서 뭔가를 배웠다면 기쁜 일이지만, 한나는 워낙 재능이 남달랐기 때문에 스승이 없었더라도 스스로 대단한 음악가로 성장했을 것”이라며 “때로는 학생에게 기회를 주고 방법만 알려주는 것이 일일이 간섭하는 것보다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연히도 마이스키와 장한나는 같은 날(11월 18일) 각각 6개 도시 투어 연주를 시작한다. 일정을 살펴보면 며칠 차이로 같은 도시에 들르는 경우도 생긴다. 두 사람 사이의 우연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마이스키가 하이든 필하모니와 협연할 하이든 첼로 협주곡 C장조는 장한나가 94년 로스트로포비치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한 뒤 95년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지휘 주세페 시노폴리)와 함께 금의환향해서 연주했던 곡이다. 당시 장한나는 마이스키가 물려준 활로 이 곡을 연주했다. 그런가 하면 이번에 장한나가 연주할 브람스 첼로 소나타는 그가 10살 때 마이스키에게 처음 지도받았던 곡이다.
마이스키는 “한나가 한국에서 연주한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언제 어떤 곡을 연주하는지는 정확히 몰랐다”며 “둘 다 바빠서 어찌 될지 모르지만 오랜만에 얼굴이라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헤럴드경제]김소민기자 som@heraldm.com / 2009.10.29. 1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