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온프레스=김가희 기자] 지난 30일 국립 러시아볼쇼이합창단의 내한 순회공연 마지막 공연이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펼쳐졌다.
1부 무대에서 관객은 숨죽였다. 첫 곡은 르보프의 '최후의 만찬(Your Last Supper)'이었다. 예수와 제자들이 함께하는 마지막 저녁은 슬라브 민족의 서정성과 함께 아름답고 경건한 음악으로 탄생했다.
러시아가 낳은 위대한 작곡가 쇼스타코비치가 "러시아 최고의 합창단"이라고 극찬했던 국립볼쇼이합창단은 1928년 창단해 80여 년이라는 긴 역사를 자랑한다. 88년 처음으로 내한공연을 가졌고, 지난 2004년에 이어 5년만에 슬라브 특유의 깊은 저음을 바탕으로 한 풍부한 하모니를 들려주었다.
지난 30일 내한공연의 백미는 2부에서 들려준 러시아 민요들과 메조소프라노 폴리나 바카노바(Polina Bakanova)가 부른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였다. 카치니는 복잡한 음악 전개를 없애고 감정을 살리는 단순화시킨 가사와 멜로디를 선호했다. 폴리나 바카노바는 카치니의 아베마리아에 깊은 슬픔과 숭고한 아름다움을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극대화했다.
지난달 30일 러시아 국립볼쇼이합창단의 내한공연이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열렸다 ⓒ유니온프레스 김가희 기자
러시아 인들과 한국인의 정서가 융화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은 러시아의 민요와 가요때문이다. 내한공연에서 '스텐카 라진(Stenka Razin)', '검은 눈동자(Dark eyes)', '백학(Cranes)' 그리고 '백만송이 장미'를 들려주었는데 한국인의 '한'이 떠오를만큼 회한의 정서가 느껴졌다.
심수봉을 비롯해 국내 몇몇 가수들이 불렀던 '백만송이 장미'는 80년대 러시아의 국민가수였던 알라 포가초바의 곡이다. 원제는 '밀리온 알르흐 로즈'로 이 노래의 가사는 가슴 아픈 사랑을 전하고 있다. 19세기 후반에 살았던 러시아의 화가의 실화라고 한다. 꽃을 사랑한 여인에게 가난한 화가가 전 재산을 팔아 백만 송이의 장미를 선물한다. 여인은 그를 잠시 사랑하게 됐지만 이내 그를 떠나고 만다.
수많은 러시아 민요를 탄생시킨 원천에는 러시아 '볼가 강'이 있다. 광활한 자연과 강성한 제국이 있었지만 서글픈 역사와 알수 없는 슬픔의 정서가 늘 머물러있던 슬라브 민족. 그들의 한을 볼가 강은 지켜보았을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이날 내한공연의 마지막 앵콜곡은 '사랑으로'였다. 서민에게 사랑받았던 대통령의 서거로 가슴 아파하는 한국인들에게 선물을 남기고 볼쇼이합창단은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