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돌아온 뮤지컬 ‘아이 러브 유’
  • 등록일2009-03-06| 작성자 관리자


돌아온 뮤지컬 ‘아이 러브 유’


뻔뻔한 그, 앙큼한 그녀 속마음을 발가벗기다


 
 

‘아이 러브 유’ 최고의 수확은 남경주(右)의 재발견이다. 2004년 초연 때부터 출연한 남경주는 마초, 겁쟁이, 바람둥이 할아버지 등 다양한 변신으로 관객을 끌어당긴다. 이번 공연엔 한애리·고세원·난아 등이 새로 등장한다. [클립서비스 제공]

이보다 더 남자의 꿍꿍이를, 여자의 앙큼함을 까발긴 작품이 있을까.

여우같은 뮤지컬 ‘아이 러브 유’가 2년 만에 돌아왔다. 2004년 초연된 작품은 국내에 로맨틱 뮤지컬 붐을 불러일으킨 원조격이다. 탄탄한 구성, 재치 있는 대사, 속도감 있는 전개 등 웰메이드 뮤지컬의 요소를 두루 갖췄다. 중형 뮤지컬임에도 2005년엔 대작 ‘오페라의 유령’을 제치고 그해 티켓 판매 1위에 오르는 이변을 낳기도 했다. 지금껏 787회 공연에 38만 관객이 들었다.

# 문자, 무대를 안내하다

작품은 모두 20장으로 구성된다. 옴니버스 형식이다. 그런데 눈에 띠는 게 있다. 각 장이 시작될 때 무대 양쪽에 모니터가 열리면서 짧지만 강렬한 문장 하나가 뜬다. 이런 식이다. 소개팅에서 서로 엇갈리는 남녀의 심리를 생생하게 그리는 1막4장은 ‘여자는 내숭, 남자는 뻥’이란 제목이 달린다. 2막 5장은 ‘기다림, 그 열받음에 대하여’로 소개된다. 스포츠에 빠진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 쇼핑에 빠진 부인을 기다리는 남편의 속 터지는 얘기다. ‘나는야 부케 수집가?’ ‘장례식장=부킹장’ 등도 눈에 들어온다. 읽는 재미도 쏠쏠하며, 과연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기도 하다. 모니터 문자를 쭉 따라가다 보면 목차처럼, 공연 흐름이 확 잡힌다. 이번 공연엔 한가지 더, 삽화가 추가돼 입체감을 준다.

# 너무나 한국적인

‘아이 러브 유’는 본래 1994년 미국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에 처음 올랐다. 라이선스 뮤지컬이란 얘기인데 막상 공연을 보면 한국 창작 뮤지컬 같다. 그만큼 우리식 정서를 잘 살려 ‘한국화’ ‘토착화’에 성공했다.

원작엔 레스토랑에서 여자를 만난 남자가 끊임없이 골프 얘기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를 한국 공연에선 이렇게 바꿨다. “그것이, 바로 제가 특수 580부대 공수 낙하 중 테러범들을 진압한 얘기입니다.” 한국 여자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 스타일로 변형시킨 셈이다.

노처녀의 히스테리한 특징을 보여주는 “고양이나 29마리 키우지, 뭐”라는 가사 역시 “개나 몇마리 키우며 처녀로 늙어 죽는 게 낫지”로 입에 착착 감긴다. 뉴욕의 멋진 카페는 스타벅스로, 분쟁을 해결하는 변호사는 홈쇼핑 호스트로 탈바꿈시켰다.

# 노골적이되 깔끔하게

배우는 남녀 둘씩 4명만 등장하지만 배역은 무려 60가지다. 남녀가 처음 만나 사랑하고, 이별하고, 가족을 꾸리고, 늙어가는 과정을 쭉 그리기 때문이다.

남녀의 사랑이 큰 줄기인 만큼 성적인 부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표현 또한 적나라하다. 1막 2장 ‘너무 너무 시간이 없는 관계로…’는 바쁜 현대인들이 괜한 신경전으로 에너지를 쏟지 말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는 스토리다. “그래서 말인데,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데이트 그냥 건너 뛰고, 이제 그냥 자러 가죠”식의 직설화법이 넘쳐난다. 결혼을 하면 섹스가 없다거나, 부부관계 불만족 해결을 위한 섹스 도우미가 등장하는 등 아슬아슬한 수위를 넘나들며 작품은 종착역을 향해 거침없이 내달린다.

최민우 기자

◆뮤지컬 ‘아이 러브 유’= 3월6일부터 KT&G 상상아트홀. 3만5000원, 5만원. 02-501-7888, 1588-7890.

[중앙일보]2009.03.06 02:01 /최민우 기자 [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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