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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가사서 한발 물러 선 중년 아줌마들… 소녀시절 꿈찾아 무대로… 무대로…
지난해 6월 뮤지컬 ‘진짜진짜 좋아해’가 막을 올리기 전, 이 공연이 그렇게 큰 성공을 거두리라고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진짜진짜 좋아해’는 1970∼80년대 하이틴영화 ‘진짜진짜 시리즈’를 모티브로 그 당시 인기를 끌었던 대중가요를 더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이 작품은 곧바로 재공연에 들어간 뒤 12개 지방도시 무대에 올라 한국 뮤지컬 사상 최단 기간에 10만 관객을 돌파하며 2008년 뮤지컬계의 ‘이변’이 됐다. 쉼 없이 이어지는 관객의 발길에 힘입어 이 작품은 올해 초 다시 무대에 올라 지난 22일까지 공연됐다.
학창 시절 추억을 파는 이 작품은 초점을 철저히 중장년층에 맞췄다. 고교생 주인공 커플의 풋풋한 연애보다는 그들의 보호자인 신장미와 구감독의 로맨스를 부각시켰다. 여기에 중년의 인기배우 박해미와 박상면을 캐스팅했고, 왕년의 인기가수 구창모를 음악감독으로 영입해 시선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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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진짜 진짜 좋아해’ |
공연기획사 트라이프로 홍보담당 김민향씨는 “주부들이 삼삼오오 공연장을 찾거나 부부가 나란히 관람하는 경우가 많다”며 “관객 대부분이 20, 30대 젊은이인 보통 뮤지컬과 달리 ‘진짜진짜 좋아해’의 관객은 70% 이상이 40, 50대 중장년층”이라고 말했다.
그간 대중문화계는 10, 20대, 공연계는 20, 30대 미혼여성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40대를 중심으로 한 중장년층이 주요 문화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문화상품을 구매할 경제력을 가졌으면서도 직장 일과 가정생활에 지쳐 현실에서 도피하길 꿈꾸는 이들이다. 이제 문화계에는 ‘어덜트(30대 후반 이상 중년)를 노리면 대박 난다’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은 말이 됐다. 특히 자녀 양육과 집안일 등으로 사회에서 한걸음 물러나 있던 주부, 회사에서 자리를 잡느라 지친 여성들이 현실의 탈출구로 공연장을 찾는 경우가 많다.
중장년층의 힘을 확인한 공연계는 이들을 소재로 한 공연을 잇달아 무대에 올리고 있다. 뮤지컬 ‘신 행진, 와이키키’는 학창 시절 가수를 꿈꿨으나 삶에 쫓겨 꿈을 잃고 살아가던 주인공들이 뒤늦게 무대에 서게 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뮤지컬 ‘아줌마가 떴다! 화려한 외출’은 고달픈 인생살이에 가수의 꿈을 잊고 지내던 세 사람이 뒤늦게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렸다. 이 작품으로 뮤지컬에 처음 도전하는 왕년의 인기가수 옥희씨는 “40, 50대 중년 여성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아 이번 작품에 도전하게 됐다”며 “중년도 마음은 10대와 다를 바 없는데 외모에서 나이 들었다고 안 써주니 설 무대가 없어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도 30대 평균 예매율이 46%, 40대 예매율이 16%(공연예매사이트 인터파크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30대 이상 관객에게 인기다. 여성 관객을 끌기 위해 뮤지컬 ‘맘마미아’에서 중장년층의 폭발적인 호응을 끌어낸 중견 여배우 이경미·최정원·전수경을 앞세웠다.
기획사 쇼팩의 홍보담당 홍나영씨는 “계모임이나 주부모임의 일환으로 8∼10명씩 공연장을 찾는 중년여성들이 적지 않다”며 “여배우 3인이 나오는 작품인 만큼 3인 이상 예매 관객에게는 할인 혜택을 주고 30대 이상 여성들이 주로 보는 잡지에 광고를 싣는 등 타깃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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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 |
친구 2명과 함께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관람한 박소현(38)씨는 “기대 이상으로 유쾌하고 재미있는 작품”이라며 “삶의 활력소와 에너지를 얻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 성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여성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해준 작품”이라며 “직장 다니면서 여성성을 발휘하는 것이 힘든데, 이 작품을 통해 여성성과 자기 자신을 당당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뮤지컬 ‘맘마미아’는 40, 50대 중장년층을 공연장으로 끌어모으며 20, 30대에 치우쳐 있던 뮤지컬계에 전환점을 마련한 작품. 1970년대 전 세계를 강타한 스웨덴 출신 혼성그룹 아바의 히트곡을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맘마미아’의 인기는 영화와 음반에까지 미쳤다. 지난해 9월 개봉한 영화 ‘맘마미아’는 연말까지 장기간 흥행하며 460만 관객을 모았다. 영화 ‘맘마미아’의 OST는 16만5000장이 팔려나가 지난해 팝 음반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영화와 음반의 흥행을 견인한 주역은 중년여성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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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맘마미아’ |
해외 음악가의 내한공연도 20대보다 소비력이 강한 어덜트를 향해 기울기 시작했다. 지난해 내한한 안드레아 보첼리, 듀란듀란, 셀린 디온, 빌리 조엘 등은 모두 중년의 향수를 자극하는 음악가들이다. 업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비틀스 멤버 폴 메카트니와 스티비 원더의 내한공연을 추진하고 있다.
낮시간에 열리는 마티네 공연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해 평일 5시 이전 공연된 마티네 공연 수는 859개로, 2007년(759개)보다 100개 늘었다. 마티네 공연은 질 높은 공연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데다 저녁시간대 공연 관람이 힘든 주부들이 비교적 자유로운 낮시간에 열린다는 점에서 30대 이상 주부 관객에게 호응을 얻었다. 대구오페라하우스 기획공연 ‘브런치 오페라’, 서울 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 성남아트센터 ‘마티네 콘서트’, 의정부예술의전당 ‘모닝 콘서트’ 등 공연장들은 제각기 마티네 공연을 기획해 내놓았다. 연극·뮤지컬 중에서도 평일 낮 공연을 신설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이보연 기자 byable@segye.com
[세계일보]2009.02.23 (월) 09:45 /이보연 기자 byable@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