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현대 예술은 비즈니스다
  • 등록일2009-02-20| 작성자 관리자

현대 예술은 비즈니스다

문화, 경영을 만나다 / 김승현 지음 / 김영사


2008년 4월12일 개관한 노르웨이 오슬로 오페라하우스는 현대사회에서 예술과 대중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노르웨이 건축회사 스노헤타의 설립자 겸 대표 건축가인 케틸 토르센이 설계한 이 건물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은 32m 높이에서 바다로 완만하게 빠져들도록 사선으로 만든 하얀 대리석 천장에서 찾을 수 있다.

완만한 스키 슬로프 또는 워터 슬라이드처럼 생긴 이 지붕에서 일반인들은 산책은 물론 피크닉도 즐길 수 있다. 오페라하우스 지붕 위에 오르면 마치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마법의 양탄자’를 탄 듯 넓게 펼쳐진 북구의 대양과 피오르 해안을 즐길 수 있다.

1층 무대와 소품, 의상 제작실 등을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 바깥에서도 훤히 볼 수 있도록 대중지향적으로 설계한 것도 이 건물의 특징이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건축설계에도 응모했었던 토르센은 “당시 (우리 정부가) 채택한 안이 너무 도식적이었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지붕을 걸어다니며 발을 구를 수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오페라하우스인 이곳이 오슬로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명소가 됐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공연예술계를 중심으로 15년 동안 문화현장을 누벼온 저자(문화일보 편집국 부국장 겸 문화부장)가 쓴 책의 전제는 20세기 후반 대량소비시대가 도래하면서 문화예술의 소비자가 과거 소수의 귀족이나 부유층에서 일반 대중으로 바뀌었다는 것. 오슬로 오페라하우스는 최근의 경향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중의 하나다. 이 같은 전제 아래 저자는 예술적인 측면보다 산업적인 측면이 강조되고 있는 최근 문화계의 상황을 소개하고 문화예술의 3대 축인 창조자(예술가)와 소비자, 경영자의 바람직한 관계와 성공한 문화예술의 조건, 예술경영의 구체적인 과정에 대한 설명을 시도한다.

국내외에서 문화예술의 대중화와 산업화를 보여주는 척도 중의 하나가 뮤지컬 시장이다. 지난 2000년 140억원 정도에 불과했던 국내 뮤지컬 시장은 불과 6년 만인 2006년 매출액 1000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규모가 확대됐다. 지난 2001, 2002년 국내에 들여온 세계 뮤지컬 ‘빅4’ 중 하나인 ‘오페라의 유령’이 7개월 공연으로 190억원을 상회하는 매출액을 올린 것이 전기가 됐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와 영국 런던 웨스트 엔드 뮤지컬의 각축 속에서 한국 공연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것이 에이콤의 창작뮤지컬 ‘명성황후’와 학전의 번안뮤지컬 ‘지하철 1호선’, PMC의 비언어(논버벌) 퍼포먼스 ‘난타’ 등이다.

국수주의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뮤지컬의 세계적인 흐름을 놓치지 않아 성공할 수 있었던 ‘명성황후’나 원작을 한국 현실에 맞게 재창조해낸 ‘지하철 1호선’ 등 저자가 자신의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낸 한국 뮤지컬의 성공 요인들이 흥미롭기 그지없다. ▲ 소극장 뮤지컬에 라이브 음악 사용 및 무기한 장기 공연시스템 도입(‘지하철 1호선’) ▲ 상설공연장 도입과 과감한 해외 진출 시도(‘난타’) 등 저자가 예술경영의 관점에서 살펴본 성공한 작품들의 경영전략도 책에서 제시되고 있다. 세계 최고 인기 뮤지컬 중 하나인 ‘라이온 킹’과 3세대 논버벌 퍼포먼스 ‘델라구아다’ 등이 한국 공연에서 실패한 사례도 반면교사로 실려 있다.

예술경영을 다룬 그동안의 책들은 체제도 딱딱하고 내용도 재미가 없는 것이 한결 같은 특징이었다. 하지만 저자가 공연현장에 대한 취재와 대학 강단에 섰던 경험을 토대로 풀어낸 책은 일반 독자들이 부담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문화예술에 대한 교양서이자 예술경영에 대한 대중적인 안내서로 손색이 없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9-02-20


[문화일보]009-02-20/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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