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일보]공연리뷰 / 월드심포니오케스트라
  • 등록일2008-11-26| 작성자 관리자

공연리뷰 / 월드심포니오케스트라
'이벤트'만 남았을뿐 '음악'은 없었다


2008년 11월 26일 (수) 이유리agnes71@kyeongin.com
   


'음악은 이벤트가 아니다.'

지난 2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월드심포니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며 든 생각이었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이 주최하고 금난새 경기필 예술감독이 지휘한 월드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은 '이벤트'라는 측면에서 보았을때 꽤나 성공적이었다. 중국·일본·베트남·터키·뉴질랜드·러시아·노르웨이·독일·루마니아·핀란드·스페인·폴란드·이스라엘·미국 등에서 온 인종과 종교·문화를 초월한 단원의 구성은 대중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고, 국제 평화와 교류에 이바지하겠다는 취지는 스폰서를 끌어모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열정을 '이벤트' 설명에 할애해서였을까? 이날의 메인 연주곡인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은 세계 곳곳을 통해 급조된 오케스트라의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불안한 앙상블과 흔들리는 템포 등의 불편함은 이벤트의 참신함을 무색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금관 파트는 연습 부족인지 지속적으로 불안한 음정을 들려주며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관현악단이 '평화'와 '교류'의 가치를 전달하는 방법은 당연히 '음악'을 통해서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음악회에서는 평화와 교류의 목적은 연주회 어디에서도 묻어나지 않았다. 다양한 인종들이 모이기만 하면 저절로 평화와 교류가 이뤄지는가. 이번 음악회는 그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음악회를 연다는 '이벤트'만 있을 뿐이었다. '이벤트'를 통해서 '평화'와 '교류'의 가치를 전달한다면 그것은 굳이 관현악단이 하지 않아도 더 효율적이고 좋은 방법들이 많다.

지휘자 금난새가 연주회 마지막에 했던 발언대로라면 월드심포니오케스트라에 들어간 재원들은 경기도민들의 소중한 세금과 SK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땀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소중한 돈이 차라리 국내 오케스트라 육성에 쓰였더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번 월드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회가 '이벤트'를 위한 연주회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월드심포니오케스트라의 이후 활동상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답답한 연주회에서 그래도 위안을 얻은 것은 '드보르자크 첼로협주곡'을 들려준 첼리스트 송영훈의 연주였다. 스케일이 크고 시원시원한 송영훈의 연주는 오케스트라의 거대한 음향을 뚫고 나오는 힘을 보여주었다. 트릴 중에 음정이 살짝 내려가는 등의 사소한 실수도 있었지만 그런 부분은 그가 들려준 시원한 연주에서 잡티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다.

이 유 리 (문화체육부 기자)

[경인일보]2008년 11월 26일 (수) /이유리agnes71@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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