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입력 : 2005.01.10 14:50 47
천상병 시인의 삶, 연극으로 부활 김청조-양정웅 모자, 극본과 연출 맡아부인 목순옥씨 “무대에 올려져 감회커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하늘로 돌아가리라’고 노래했던 천상병(1930-1993) 시인의 삶이 연극으로 되살아난다. 의정부예술의전당(관장 구자흥)과 극단 여행자(대표 양정웅)가 함께 만드는 연극 ‘소풍’에서다. 의정부 지역에서 활동했던 시인을 기리기 위해 새해 특별히 기획된 이 작품은 2월 2-5일 나흘간 의정부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공연을 앞두고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연출가 양정웅, 작가 김청조, 시인의 부인 목순옥 여사, 출연배우들이 기자들과 만났다. ▲연출가 양정웅 = 최근 가장 기대되는 연극인으로 꼽히는 젊은 연출가 양정웅씨. 2003년 9월 이집트 카이로 국제실험연극제에서 ‘緣 카르마’로 대상을 수상한 후 지난해 국내외에서 그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냈다. ‘소풍’은‘환’이후 1년 만에 내놓은 신작. 동시대 예술인의 삶을 극화한다는 점에서 다른 작품보다 훨씬 큰 부담이 느껴진다고 했다. “시인의 삶은 연극하는 사람에게 참 귀감이 됩니다. 어떻게 그토록 치열하게 시를 쓰셨는지, ‘연극은 시’라는 말도 있는데, 그 순수한 열정을 본받고 싶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동백림 간첩사건 등 시인이 겪은 역사적 사건들보다 그의 인간적인 삶의 모습에 더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양씨는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다 해도 연극은 다큐멘터리가 아닌 픽션”이라며“상상력을 가미해 시인의 인간적인 내면, 목 여사와의 로맨스를 아름답게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 김청조 = 10년 전 TV 드라마‘최승희’를 썼던 작가 김청조 씨는 양정웅씨의 모친이기도 하다. 김씨는“이번처럼 의미심장하게 작품을 쓰긴 처음”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굴곡 많았던 천 시인의 삶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잔잔히 흘러가도록 썼습니다. 생전에 시인을 직접 뵌 적이 있었는데,‘나는 누군가’라는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분이었어요.”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각 장면의 모티브가 되는 것은 바로 시인이 남긴 주옥같은 시 30여 편. 시를 쓸 당시의 상황과 시의 분위기 등을 극으로 표현하고 이 중 10여 편은 노래로 만들어 무대 위에서 직접 연주한다. 목 여사가 쓴 수필집을 ‘거의 씹어먹다시피 했다’는 김씨는 “시인의 작품은 마치 연극을 위해 쓰인 것처럼 절묘하다. 앞으로 계속 손질해서 외국에도 소개될 수 있는 연극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인 목순옥 여사, 주연배우 정규수 = 이날 자리에 함께 한 목 여사는 “연극이 올려진다는 소식에 너무 반갑고 감사했다”고 했다. 이미 두어 번 남편을 소재로한 연극을 본 적이 있다는 목 여사는 당시의 감격스런 경험도 소개했다. “마산에서 공연할 때였어요. 남편의 출신교인 마산고등학교 전교생이 연극을 보러 왔는데, 그렇게 떠들던 아이들이 연극이 다 끝난 뒤엔 눈물을 훔치며 나오더군요. 너무 감격해 저도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이날 목 여사에게 가장 적극적인 질문공세를 편 것은 기자들도 아닌 바로 천상병 시인 역의 배우 정규수 씨. 연출가 양씨는 그를 두고 ‘한국의 잭 니콜슨’이라며“천상병 시인 역으로 단번에 떠올렸을 만큼 적역”이라고 추켜세웠다. 초대 ‘품바’로 유명한 관록의 배우임에도 정씨는 “걱정돼 죽겠다”며 역할에 대한 부담감을 내비쳤다. “역사적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진 않아요. 다만, 그렇게 순수하고 깨끗한 영혼을 지니신 분을 제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죠. 저는 때가 많은 사람이라서…. 선생님께 누가 안 됐으면 좋겠습니다.” ▲공연은 = 책을 지나치게 많이 읽어 어머니가 책을 불태우기까지 했다는 천 시인의 어린시절 에피소드에서 시를 너무 사랑하던 청년 시절, 부산시장 공보비서 시절, 동백림 사건과 그 후유증, 친구의 여동생 목순옥과의 만남까지 삶의 주요 장면들을 시와 함께 소개한다. 지난해 제1회 천상병 예술제를 개최하기도 한 의정부예술의전당은 이번 작품을 정기 레퍼토리로 매년 꾸준히 올릴 계획. 정규수 외에 박선희 정해균 박찬국 김왕근 김은희 김준완 전중용 김지성 등이 출연한다. 공연시각 평일 7시 30분, 토요일 4시ㆍ7시 30분. 1만 5천-2만원. ☎(031)828-5841.